어쩌다 회사 임원된 썰

10년하고도 조금 더 된 이야기다. 도매업을 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나. 회사에서 컴퓨터를 증설할 때 LAN 케이블이 모자라자 케이블을 사러갔는데 마침 주변에 그런 것을 파는 가게가 없었다. 때문에 걸어서 1분 거리였던 집까지 돌아가서 공구와 부품을 가져와서 자작으로 랜 연결을 했는데 그 덕분에 전산 실장이 되었다.

당시 우리 회사 사장은 ‘전산실이라는 부서가 있는 회사’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동경이 있었다. 때문에 “오, 자네 컴퓨터 천재구만! 좋았어, 전산실 책임자 하라구!”라고 말하길래 농담이라고 생각한 나는 “하하하, 맡겨만 주십시오”하고 받았는데 며칠 후 정말로 그 직함으로 명함이 나왔다.

마침 회사의 ERP 도입이나 설비의 교체 시기이기도 해서, 그동안 사장이 혼자 떠안고 있던 관련 문제들을 내가 모두 담당하게 되었다. 회계도 관리도 모르던 새파란 애송이였지만, 시스템 회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익혀나갈 무렵, 이번에는 사장의 친구 회사에서도 시스템 교체 이슈가 있어서 파견까지 나가서 일했다.

그것을 수십번 반복하다보니 몇 년 후, 나는 시스템 개발 부문장이 되었고, 부하도 수십 명이나 생겨버렸다.

아직도 내가 대충의 흐름만 알 뿐, 개발 언어 자체는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부하들은 모르고 있다.

글에 달린 댓글

+행동력이 있고,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게 중요함.

대학교 때 담당교수가 이야기 해줬는데, 자기 친구는 업무적인 능력은 없었는데 맡은 일은 다 해내서 회사에서 중역으로 나가고 있다고… 젊은시절에 회사에서 받은 프로젝트들을 당시 석사인지 박사과정하고 있었던 친구들 대학교로 가져왔답니다. 자기 및 자기친구들한테 치킨 쏘면서, 말빨로 막 현혹시키는데… 이걸 안해주면 자기가 막 나쁜사람같고 해서 바쁜데도 막 처리해주고 ㅋㅋㅋ, 그걸로 친구는 좋은점수 얻어서 승진하고 그랬다고 ㅋㅋㅋㅋ

+그 ‘흐름’조차 몰라서 팀 와해시키는 팀장들이 부지기수;;; 어차피 관리자급은 실무직접 뛰는게 아니니까요.
유능한 축구감독이 유능한 축구선수였던사람이 드문이유.

+ERP의 흐름을 아신다면 대단하신건데…

+개발 언어 하나도 모른다는데 그거 표안나게 몇년간 일했다면 그게 바로 능력이지ㅋㅋㅋㅋ

+일명 주먹구구가 통하던 시절. 하지만 저사람은 진짜 능력자인데 다 말하지 않는 뉘앙스가 느껴짐.

+서버 네트워크같은 전문전산지식 딥하게 몰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볼줄알고 논리적인 사고와 틍찰력이 있으면 되더라고요…

장애가 났는데 각분야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원인분석하는데 서로 남탓만하고 해결이 안되고 있는거 고객 임원급 한명 오시더니 엔지니어들 다 불러놓고 내가 전산은 잘 모르니 시스템의 전체적 구조를 알려달라 하면서

엔지니어들 얘기 듣고 화이트보드에 구성도 슥슥 그리더니 가능성있는 원인을 다 표시하고 하나씩 확인하며 지워나가면서 결국에 최종적인 장애원인 찾아내고 해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