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으로 냄새 못맡게 되면서 겪은 썰들

스무살 미대입시생인데 실력이 없어 대학을 못가고 재수중이니 음슴체
나는 후천적 후각장애인임.
이게 잘 티도 안나는데가가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으나
어쨋든 냄새를 못맡기 때문에 생겨난 재미난 일들이 많음
과장없는 실화들임

1.
고등학교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서먹함이 사라질 때쯤
웬 노란..레몬옐로우에 비리디안을 5:1쯤 섞은 오묘한 색깔과 비할수 있는 냄새가 났음
그것은 다름아닌 내 콧속에서 나는 냄새였고
부비독(고름이 뼛속에 차는 증세)판정을 받음
이 익숙해지지 않는 악취는 진짜 지독한거였는데
모든 음식을 고름에 말아서 먹는 맛이 나다보니…
심지어 코를 막아도 콧속에서 나는 냄새라 소용없었고
치킨을 제외한 다른 음식을 전부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음ㅇㅇ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치킨으로 연명하던 나에게 갑자기
어느 날 고름냄새가 전혀 안 나기 시작했음!
나는 신나서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들을 신나게 처먹기 시작했고
이 날 부로 편식이 심했던 나는 먹는 양으로는 반 투톱을 찍게 됨
그러나 부비독이 나은 줄 알았으나
의사의 소견으로서는
부비독은 아직 있으며 목에 가래가 끼고
콧속이 메말라가다보니 아예 후각신경이 기능을 상실한 거 같다고 진단
이후로 나는 부비독이 나은 뒤에도
향기와 악취 등 각종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게 되었고
그를 알게 된 선생님은
내게 화장실 청소당번을 시키기 시작했음

2.
우리 학교는 시골학교라
가끔 스쿨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양옆의 논밭에서 숙성된 거름 냄새가 진동을 함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함
이것은 H2O. 산소일 뿐임.

3.
가끔 조용히 방귀를 뀌는 자식들이 있음
냄새를 맡고 친구들이 전부 피하면
나만 거기에 남음
억울함

4.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먹었는데
간장이었음

*예외

사실 나도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존재하긴 함
그것은 매운냄새와 담배냄새와 피냄새
이유는 나도 모르나 아마 그것들은 후각신경이 아닌 다른걸 건드리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음
이 추측에 따르면 화생방은 나도 버틸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됨
부럽다는놈들 콧구멍을 뜯어주고싶음

5.
신검 2급 나옴.
우리 존경하는 군의관님께서 후각장애인같은건 군생활하는데 아무 지장도 없다고 하셨고
너는 키가 작으니 1급은 못 받고 2급이 되었다고 친절하고 상세히 설명해 주심

6.
버스에서 밍크코트를 입은 아줌마가 내 옆자리에 앉음
근데 이 아줌마가 거의 어정쩡할 정도로 나한테서 떨어져 앉는 거임
저기 왜 그러세요 하고 물어봤더니
방금 홍어회를 드시고 왔는데 옷에 냄새가 다 배서 미안해서 그렇다고 하심
저 감기걸려서 냄새 잘 안 납니다 괜찮아요 라고 했음
(후각장애인인게 좀 생소해서 평소엔 걍 이렇게 둘러댐)
그러자 아줌마가 어휴 미안해서 어째 하고 다른 분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고
내게 최대한 몸을 밀착했음
기분이 썩 좋진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