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약국알바하면서 겪은 손님 썰

안녕! 후기방에 글 쓸때마다 뭔가 항상 두근거리는 것 같아ㅋㅋㅋㅋ

원덬은 약국에서 6개월 정도 알바를 했었고, 말은 전산알바였지만

처방전 입력, 돈 계산, 재고 채우기, 약사님들 바쁠 때는 약 포지 끼우기, 칼 정리하기 등등 잡무를 도맡아서 했었어.

그 중에 제일 기억남는 손님이 할아버지 손님인데, 거의 항상 매주 토요일마다 오셨던 것 같아.

오시면 주로 사가는 건 파스랑 고려은단!

약지도 한 마디가 없으시고, 그 나잇대 할아버지가 으레 그러듯이 목소리가 커서 초반에는 좀 무서워했었어:(

그런데 거의 그 할아버지 전담약사 같은 분이 계서서ㅋㅋㅋㅋㅋ항상 그 할아버지 응대는 그 약사님이 해서 좀 괜찮았다가,

사건이 터진 날은 전담약사님이 못 나온 날이었지ㅠㅠㅠㅠㅠ

그 날도 들어오시길래 미리 항상 사가는 파스랑 고려은단 가격 계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술을 안 먹게 되는 약을 달라고 하시는 거야!

술 꺠는 약이랑 술 먹기 전에 먹는 약은 있어도 술을 안 먹게 되는 약이 어디 있겠어..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그런 약은 없구요 혹시 술 마신 다음에 드시는 약 찾으세요?하고 물어봤더니

버럭 화 내시면서 여기서 분명히 샀는데 왜 거짓말 하냐곸ㅋㅋㅋㅋㅋ그 약만 먹으면 술 생각이 안 나서 사러 왔다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조제실로 들어가서 약사님들한테 물어봤는데, 약사님들도 당연히 없다고 하시지..

어떡하지어떡하지하다가 나가서 약사님 나올 때까지 잠깐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한 다음에 처방 나온 약들 정리 중인데

할아버지는 계속 앉으셔서 술 깨는 약 달라고 그러시고ㅠㅠㅠㅠㅠ

내가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냥 네,네 거리면서 들으니까 할아버지 옆에 앉은 아줌마 손님이 픽 웃은거야!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시면서..아줌마 손님한테 지금 나 비웃는 거냐고 뭐라 그러시고ㅠㅠㅠㅠ

결국엔 그날 토요일이라 겁나 바쁜데 약사님이 한 분 나와서 할아버지 진정시키고 전담약사님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할아버지 설득해서 돌려보낸고…

하 이 날이 점심 3시 넘어서 먹은 날보다 더 힘들었어…

할아버지 그런 약 있으면 약국도 겁나 팔고 싶죠….없으면 없는 거라구요ㅠㅠㅠㅠㅠㅠ

하여튼 이 할아버지 말고도 맨날 와서 식염수 2통씩 사가던 아줌마 손님, 병원에서 퇴근하면서 자기 애들 약 처방 받아가던 아저씨 손님,

다이어트약 꾸준히 타가던 아줌마 손님 등등 기억에 남는 손님 겁나 많다ㅋㅋㅋㅋㅋ

일하면서도 재밌게 일하고 만난 사람들도 다 좋아서 그만 두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만두게 되서 항상 아쉬운 알바였어ㅠㅠㅠㅠ

덬들도 알바 구하는 중이면 약국 알바 알아봐봐! 어렵지 않고 재밌어ㅎㅎㅎ

그냥 자기 전에 심심하니까 덧붙여서 써보자면,

1. 식염수 2통씩 사가던 손님

이 손님은 약국 딱 들어오면 아무 말도 안 해ㅋㅋㅋㅋㅋ목소리를 들은거 반년동안 일하면서 한 손안으로 꼽히는 듯..

계산대 앞에 서있으면 내가 알아서 2통 담아서 비닐봉투에 담아주면 카드 주고 나는 00원입니다~하면서 카드랑 영수증 돌려주고.

인수인계 받을때 이 손님 딱 들어오려고 하니까 선임이 아 저분은 식염수2통만 사가시니까 바로 담아드리면 돼!하는게 너무 머리에 남아서

원래 얼굴 잘 못 외우는데도 한번에 외웠어ㅋㅋㅋㅋ

식염수 2통씩 거의 이틀에 한번씩 사가셨는데 뭐에 쓰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2. 자기 애들 약 타가던 의사 손님

진짜 겁나 편한 손님이었어…

의사라서 그런지 가루약 조제시간 오래 걸리는 거 아니까 처방전 건네주고 이어폰 꼽고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시는데 진짜 좋더라ㅠㅠㅠㅠㅠ

가루약은 보통 자기 애기 약 언제 나오냐고 따지는게 대부분인데 이 손님은 한번도 안 물어봐서 좋았어ㅠㅠㅠㅠㅠ

3. 다이어트약 꾸준히 받아가던 손님

다이어트약은 비급여라서 겁나 비싸..

겁나 비싼데 한번 먹기 시작하면 꾸준히 먹더라.

이 유형은 좀 여러 명인데, 그 중에 한 분은 다이어트약 처방받으러 와서 옆에 있던 햄버거 가게에서 잔뜩 포장해와서 조제 기다리는 거 보고 음..싶더라

다른 한 분은 말랐는데도 계속 약 타가던 손님.

진짜 누가 봐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체형이 아닌데 받아가는 거 보고 좀 짠했어ㅠㅠㅠ

듣기로는 배우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4. 토요일마다 등산 가기전에, 다녀와서 박카스 하나씩 사던 손님

겁나 호탕함ㅋㅋㅋㅋㅋㅋ문 열고 들어오면서 박카스 하나! 이러시고ㅋㅋㅋㅋ

돈을 아예 손에 쥐고 들어오셔서 박카스랑 돈이랑 교환한 다음에 바로 뚜껑 따서 원샷하고 사라지시던 손님ㅋㅋㅋㅋㅋ

5. 도장 쾅쾅 찍어대던 애…

아 내가 원래 애를 안 좋아하진 않는데 얘 떄문에 겁나 빡친 기억은 선명하다.

원래 처방전 프로그램에 입력한 다음에 날짜 찍히는 도장 찍어서 조제실로 넘기면

약사님이 조제한 다음에 처방하면서 도장 있는 곳에 싸인을 하시거든.

근데 이 도장이 내 손 닿기 편한 곳에 놓다보니까 손님들도 만질 수 있는 위치였어.

그런데 어떤 애가 처방 기다리면서 지루했는지 그 도장을 쥐고 책상? 처방대?

하여튼 처방하는 곳에다 신나게 찍는 거야. 얼른 뺏으면서 이걸로 가지고 놀면 안 돼요~ 좋게 말하면서 물티슈로 닦았는데 (아 겁나 안 닦이더라..)

다 닦은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가져다가 찍는 거야.

이떈 좀 빡쳐서 정색하면서 하면 안 돼요 했는데 같이 온 할머니는 애는 신경도 안 쓰고 애는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버릇없는 애들은 보호자가 그렇게 만든다는 게 빤히 보이더라.

하여튼 얘 때문에 한동안 애기손님들 오면 도장 숨겨놓느라 바빴지ㅠㅠㅠㅠ